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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화 특파원 '못다한 칠레 이야기'] 전세계 환호도 잠시…넘어야 할 '현실의 벽' 높다

칠레 산호세 광산의 매몰 광부 33명 전원이 69일 만에 생환하면서 전 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조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나라 전역으로 울려 퍼진 칠레 국민의 환호와 열창하는 국가 휘날리는 국기의 물결은 국민들의 애국심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단합을 이끌었다. 특히 칠레 정부의 담대하면서도 치밀한 위기관리 능력은 전 세계에 칠레에 대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다. 구조 작업이 시작된 후 22시간 만에 모두 지하를 빠져나온 광부들 중 12명은 17일 매몰 현장인 산호세 광산을 다시 찾았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광산에 도착한 이들은 가족들이 머물던 캠프를 돌아보며 감사 미사를 드렸다. 광부들은 "살아서 여기에 다시 왔다는 사실이 꿈 같다"며 감격해 했다. 그러나 이런 감격도 잠시 뿐이다. 이들은 벌써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며 힘들어하고 있다. 이웃들은 이들의 횡재에 부러움이 담긴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언론에서 연일 쏟아내고 있는 보상금액이나 인터뷰 가격 등은 아직까지는 루머에 불과해 광부들의 미래는 불안정한 상태다. 오히려 구출된 광부들은 당장 일자리를 찾는데 고민하고 있지만 갈 곳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함께 근무했던 광부 368명은 이들이 돌아온 17일 사고를 낸 산에스테반 광업회사에 밀린 임금을 지불하라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일부 광부들의 경우 구출 과정 속에서 사생활이 노출되면서 단란했던 가정도 깨졌다. 8번째로 구조된 광부 레난 안셀모 아발로스 실바(29)의 경우 병원에서 헤어진 부인과 재회했지만 어머니와 여동생과의 관계는 거북해졌다. 어머니 마르가리타 실바(54)는 "보상금을 챙기려고 헤어진 남편을 찾아온 것"이라며 아들의 재결합을 반대했지만 아들이 말을 듣지 않자 병원에서 떠났다. 최연소 광부인 지미 산체스(19)도 집에 돌아왔지만 여자친구와 딸은 힘들어했다. 그의 여자친구인 헬렌 아발론(18)은 부모의 반대로 지난 15일 열린 동네 축하 행사장에도 들어오지 못했다. 아들이 가난한 여자와 사는 걸 줄곧 반대해왔던 산체스의 부모는 이날 아들이 귀환한 기쁜 날임에도 헬렌을 외면했다. 그녀가 사는 집은 산체스의 집보다 더 높은 달동네. 먼 발치서 딸 바버러와 함께 남자친구의 귀환을 지켜본 헬렌은 "속상하다. 돌아오면 결혼하자고 했는데…. 부모님이 (아들이 돌아오면) 나를 받아들일 줄 알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미 산체스의 경우 부모는 다시 학교에 돌아가 공부할 것을 요구하지만 본인은 공부에 그다지 흥미가 없다. 오히려 그 동네에 남겠다고 밝히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그가 돌아갈 곳은 광산 뿐일 지 모른다. 돈방석에 대한 기대감으로 광부들의 가족들 사이에 다툼도 생겨나고 있다. 20번째로 구조된 다리오 세고비아(48)의 가족은 처음에 언론사들의 인터뷰에 기쁘게 응했으나 하루만에 태도가 돌변하고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이웃들은 "돈을 받으려고 그런다"며 가족들과 거리감을 두기 시작했다. 세고비아의 이웃이라는 마리아나 구티에레스는 "보상금이 나오면 이 동네를 떠나지 않겠는가"라면서 "수십 년동안 함께 이웃에서 정말 가족같이 지냈다. 하지만 너무 달라졌다. 이제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 것"이라는 말로 부러움과 이질감을 함께 내비쳤다. 69일동안 갇혀있다 구출되면서 갑작스럽게 받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을 버리고 지하 탄광에서 지내며 겪은 정신적인 충격을 이겨낸다면 이들의 삶도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

2010-10-18

[장연화 특파원 '못다한 칠레 이야기']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적 처럼 생환한 칠레 광부 33명 가운데 대부분은 17일 현재까지 영화도서 등의 판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하에서 벌어진 일들을 비밀로 하자는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돈을 주면 인터뷰를 할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으며 또 다른 한 사람은 생환을 확신할 수 없는 고립상태에서 섹스를 했다는 소문을 얼토당토 않는 말이라고 부인하는 등 등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광부들 가운데 최연장자인 마리오 고메스(63)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야기 할 수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오마르 레이가다는 "개인적으로 증언을 하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염려에서" 지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 지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진실을 전달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르헤 가예기요스는 약속은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돈을 주면 이야기를 해 줄 수도 있다고 했으나 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을 회피했다. 농담을 즐겨하며 카리스마가 있는 마리오 세풀베다는 영국의 대중지 데일리 메일과 인터뷰에서 비밀 약속을 깨는 듯한 발언을 해서 주목된다. 구출되면서 지하에서 돌멩이를 갖고 오는 등 쇼맨쉽을 과시한 세풀베다는 동료들을 골려주기 위해 자신이 죽은 척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하에서 40회 생일을 맞기도 한 세풀베다는 이어 지하에서 보낸 시간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돈을 벌게되면 자녀들 대학교육 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혀 비밀약속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빅토르 세고비아는 일기를 책으로 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데 일기장의 일부는 아예 테이프로 봉인된 상태에 있다.

2010-10-18

[장연화 특파원 '못다한 칠레 이야기'] 이모저모, 취재기자들 천막에 삼성TV…한국 기술력 드높여

광산촌 코피아포에는 한인도 살아 코피아포에 한인 가정이 딱 한 집 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은혜한인교회에서 선교사로 남미에 파송된 사무엘 강씨 가족들로 24년 전 칠레에 정착한 후 현재 코피아포시 다운타운에 있는 쇼핑몰에서 가게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 강씨는 작은 전파상을 어머니는 식당 아들은 카페 딸은 잉크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한인 특유의 강인한 생활력과 부지런함으로 쇼핑몰내 다른 업주들의 귀감을 사고 있었다. 삼성 TV 생생한 구조 현장 방영해 이번 칠레 광부 구조작업에는 피닉스 캡슐 외에도 삼성 TV가 생생한 화질로 현장을 방영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은 구조대원 등 일부 직원들만 접근이 허용돼 내외신 취재기자들부터 가족들은 샌호세 광산 곳곳에 설치된 천막에서 삼성 TV로 구조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했다. 한 외국인 기자는 "이곳 광산까지 삼성TV가 설치될 줄 몰랐다. 화질이 좋아 더 생생하게 현장을 보는 것 같다"며 한국 기술력을 칭찬했다. 코피아포 취재 열기에 경제 대박 구조 작업이 끝나고 샌호세 광산을 떠나는 외신기자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코피아포와 칠레 수도 산티아고를 왕래하는 비행 노선마다 전좌석 매진을 이루는 등 지역 경제도 대박을 이뤘다. 특히 구조가 진행되던 날 전후로 몰린 외신기자들은 추운 날씨와 숙소 등을 위해 텐트 등산화 등산복 등을 한꺼번에 구입하면서 등산용품점마다 물품이 동났으며 담배업소들도 재고가 모두 떨어지며 모처럼 호황을 누렸다. 지역 신문들은 "여름 성수기보다 더 큰 호황을 누렸다"고 전했다.

2010-10-18

"구조 차례 가까울수록 더 초조…땅위 숨쉬는 게 바로 행복실감"

코피아포(칠레)=장연화 특파원 "악몽과도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대로 죽을 수 있겠다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이 함께 의지하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면서 생존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69일만에 구조된 광부 33명 중 최연소자인 지미 산체스(19)를 한인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15일 그의 집 앞에서 만났다. 이틀 동안 코피아포 리조널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지미는 오전부터 퇴원준비를 했지만 병원 문 밖에서 진치고 있는 수백 명의 기자단들을 피하기 위해 오후 늦게까지 병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20명의 광부들과 함께 퇴원한 지미는 가족들과 동네 친구 이웃들의 환영식 속에서도 "한국에서까지 취재하러 올지 몰랐다. 관심을 가져준 한국인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지하에서의 생활을 들려달라. 어떻게 지냈나. “말 그대로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지냈다. 하지만 오래 생활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 안은 덥고 습기가 높아서 조금만 움직여도 지친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 행동하고 지냈다. 더위가 심해서 갈증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선배들의 도움과 조언이 없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지하에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물이 부족한 것이 가장 걱정됐다. 최소한 마시면서 견뎠다. 다른 선배들의 돌봐주지 않았다면 탈진했을 것이다.” -구조 캡슐을 타고 올라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 “내가 다섯번째로 올라왔다. 앞서 올라간 선배들이 무사히 빠져나가서 걱정하지 않았다. 내 차례가 오는 걸 기다리는 게 무척 초조했다. 마지막에 올라온 선배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라가는 도중에도 계속 줄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땅에 올라와 발을 딛고 숨을 쉬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인줄 몰랐다. 너무 좋다.” -집에 돌아왔다. 소감은. “나를 구해준 칠레 정부에 감사드린다. 나를 기다려준 아버지와 어머니, 사랑하는 부인과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 뿐이다.” -건강은 어떤가. “너무 좋다. 의사들이 젊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하지만 보험회사에서 정밀 검진을 요구해 이틀간 병원에 있었다. 퇴원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하고 힘들었다.” -집에서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나. “엄마가 만들어준 생선요리가 너무 먹고 싶다. 전화로 말했더니 엄마가 만들어놓고 기다린다고 했다.(웃음) 그리고 샤워하고 푹 잠잘 것이다. 집이 너무 좋다.” (실제 지미 어머니 노르마 산체스씨는 아침부터 지미를 위해 생선 요리를 준비했다.) -한국에 인사 한마디 한다면. “칠레 신문에도 코리아가 많이 소개되어 한국이 매우 발전한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나라에까지 관심을 가져줘서 정말 고맙다. 한국민들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2010-10-17

[칠레 광부 기적의 생환 이후] "하나님이 살려주겠다는 말씀 직접 들었다"

매몰됐던 광부들에게 정신적으로 희망을 불어넣어준 사람은 호세 곤잘레스(55)씨다. 굶어죽지 않도록 음식을 분배하며 맏형 역할을 했던 사람이 루이스 알베르토 우르수아 이리바렌(54)이라면 영적인 리더로 곤잘레스씨가 꼽힌다. 곤잘레스씨는 갱도에 갇힌 후 하나님이 살려주겠다는 말씀을 직접 듣고 이를 동료들에게 전해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그의 리드로 광부들은 매일 오전과 오후 기도와 찬송으로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곤잘레스씨는 그후 형에게 갱도에서의 생활과 갇혀 지내며 만난 하나님의 말씀을 편지로 써서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형 호세 곤잘레스는 친하게 지내던 선교사 토마스 소토(37.사진) 목사에게 편지를 전달하며 동생과 다른 동료들을 위해 기도해주길 부탁했다. 소토 선교사는 "광부들 얼굴마다 사랑이 넘치고 가족들과 만남에 기뻐하고 있다"며 "지하에서 찬송과 기도를 하면서 모두들 감사함을 배웠다는 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소토 선교사는 이어 "이번 일은 칠레를 하나로 묶기 위해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이라고 믿는다. 모든 국민들이 사랑 속에 지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의료진들도 광부 33명이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던 건 정신적으로 서로 의지하며 견딘 힘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상과의 클라우디오 램트레스 전문의는 "돌아본 결과 모두 정상이었다. 굉장히 특별한 케이스"라며 "서로가 정신적으로 삶의 희망을 북돋고 격려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0-10-15

[칠레 광부 기적의 생환 이후] 별거 아내와 화해·친인척 한자리…광부 구조 곳곳 휴먼드라마 연출

이번 광부들의 극적 구출 작업만이 화제가 된 건 아니다. 곳곳에 휴먼드라마가 이어졌다. 특히 수년동안 떨어져 지내던 부모를 만나고 별거 중이던 아내와 화해하고 떨어져 지내던 친인척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상봉의 장을 이뤘다. 8번째로 구조된 광부 레난 안셀모 아발로스 실바(29)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이혼 후 새 삶을 살겠다며 딸(6)과 어머니(마르가리타 실바.54)와 함께 코피아포로 이주해 광부로 취업했던 그는 이번 사고 후 헤어졌던 부인과 재회했다. 어린 손녀를 키우며 두달동안 눈물로 지샌 어머니 마르가리타씨는 14일 병원 면회 후 "정말 죽을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돌아온 심정은 말로 못한다. 삶이 새롭게 보인다. 아들을 살려준 하나님께 감사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을 정말 감사하며 살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들 실바씨는 코피아포로 이주해 광부로 취직한 지 4개월 만에 갱이 무너지며 갇혀 주위의 안타까움을 받았었다. 어머니 마르가리타씨는 아들을 돕기 위해 했던 길거리 야채 행상을 중단하고 손녀와 함께 아들의 생사를 기원해왔다. 이제 아들이 살았으니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웃는 마르가리타씨는 "아들이 다시는 광산에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다시 만난 부인과 재결합해 잘 살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피아포=장연화 특파원

2010-10-15

[칠레 광부 기적의 생환 이후] 생환광부 앞으로의 과제 '5'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4일 인터넷판에서 광부들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 5가지를 제시했다. ▶ 건강문제 = 광부 중 대다수가 지하에 있는 동안 체중이 줄었지만 아무도 건강상 급박한 위험에 처하지는 않았다. 구출 뒤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광부 중 두 명은 폐질환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고 한 명은 우울증 증상이 우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누가 영화를 만들까 = 현재로서 광부들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누가 그것을 제작하고 누가 출연하며 언제 개봉될 예정이냐는 것이다. 벌써 이들에게는 영화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 책 출간 협상 = 세계 각지의 출판사들이 광부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구조 현장을 보도했던 기자 조너던 프랭클린은 내년 출간을 목표로 책 집필을 이미 시작했다. ▶ 일자리 = 광부 중 몇몇은 광산업 외에는 아무 경력이 없다. 이들은 보상금과 정부 연금을 받겠지만 대부분은 결국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로의 재취업 훈련이 필요하다. ▶ '유명인사'로 사회 재적응 = 산티아고의 가톨릭 대학 심리학 교수 움베르토 마린은 이들의 삶이 전 세계로 전파를 탔다며 이들이 얻은 유명세는 감당하기에 버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0-10-15

"갱도서 처음 대면한 광부, 희망의 눈빛 잊을 수 없어"

코피아포(칠레)=장연화 특파원 "갱도에 내려가 처음으로 광부들을 만났을 때 이들이 오히려 가족들의 안부를 걱정하며 구조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칠레 코피아포시의 산호세 광산에서 69일 동안 갇혀있던 광부 33명을 구출하는데 큰 역할을 한 마누엘 곤잘레스 구조대장. 그는 13일 자정 구조작업이 시작되기 전 가장 먼저 구조 캡슐을 타고 갱도 속으로 내려가 광부들을 만나 안전을 확인한 후 한 명씩 캡슐에 태워 지상으로 올려보냈다. 갱 속에서 구조현장을 진두지휘한 그는 정확히 22시간 37분만에 33명의 광부가 모두 구조된 후 마지막으로 광산 내부의 시설을 총 점검하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구조 캡슐의 첫 탑승자이자 마지막 탑승자인 셈이다. 그가 갱도 속에서 25시간에 걸쳐 구조 작업을 지휘하고 지상으로 올라오자 생환 광부들보다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현장을 지키고 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곤잘레스 구조대장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자 수분 동안 껴안으며 감격을 함께 나눴다. 그 후 곤잘레스 대장은 14일 오후 구대대원 17명과 함께 코피아포 병원을 찾아 광부들을 만나 안부를 나눴다. 시종 웃음이 떠나지 않은 그는 "정말 내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모두 무사히 구출돼 정말 기쁘다"며 "함께 작업해준 팀원들의 노력과 수고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느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나. “처음 지하에 내려갔을 때 광부들이 가족과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눈빛을 보내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나 역시 부인과 자녀가 있는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겁게 느껴질만큼 책임감을 느꼈다. 이제 기다리던 가족과 함께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광부들을 모두 지상으로 올려 보내고 마지막으로 혼자 남았을 때 심경은. “내가 갱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선 ‘살아 돌아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아내의 협박 때문에 꼭 살아 돌아갔어야 했다.(웃음) 사실 무섭지 않았다. 우리의 실력을 믿었다. 또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와 칠레 국민들이 성원하며 지켜보고 있어 든든했다.” -구조 공법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우리는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지형에 대한 파악을 충분히 하고 있다. 갱도 인근의 모든 지질 상태를 조사한 결과 수직으로 구멍을 뚫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700미터가 넘는 곳을 수직으로 뚫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힘든 작업임은 분명하다. 붕괴되면 구출로를 뚫는 동시에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 등의 구조물로 떠받치는 ‘쇼링’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모두의 인내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작업이었다.” -광산 구조와 관련해 한국에 조언해 줄 게 있다면. “한국은 기술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는 한국에 경험을 나눠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을 좋아한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일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줘 고맙다. 한국 국민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2010-10-15

광부들, 가족과 꿈같은 첫 날…병원 검진 하루만에 퇴원

69일 동안 지하 700 미터 갱도에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된 칠레 광부 33명 전원이 14일 병원 검진을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가 꿈같은 생환 첫날을 보냈다. 이들의 건강을 체크했던 코피아포 병원측은 광부 다섯명은 치과 수술을 받았고 몇몇은 피부 치료를 받았지만 심각한 병세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놀라울 정도로 건강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의료 관계자들은 이들이 온도가 높고 습기가 찬 어두운 공간에서 두 달 넘게 버틴 사람들이라고 믿지 못할 정도로 건강했기에 입원 하루만에 모두 퇴원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조 작업이 끝난 다음날인 14일 오전에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구조 캡슐이 왕래했던 터널을 밀봉하면서 구조 작업의 종결을 선언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칠레는 더욱 강하고 단결되고 세계에서 존경을 받는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위험하고 비인간적인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전 작업장에 걸쳐 작업환경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극적인 구조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된 광부들에게 곳곳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지하 갱도에서도 축구경기를 봤을 만큼 열렬한 축구팬인 이들을 위해 유럽 축구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측은 양팀의 경기를 관람토록 초청했다. 갱도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면서 동료들의 기운을 북돋웠던 에디손 페냐는 엘비스 프레슬리 엔터프라이즈로부터 특별 초청을 받았으며 칠레의 한 사업가는 광부들에게 1인당 1만달러씩을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피아포(칠레)=장연화 특파원

2010-10-14

인터뷰 금액 똑같이 나누기로…독점 회견 댓가 벌써 분쟁 조짐

33명 광부에 대한 전 세계 매체들의 거액 인터뷰 제안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광부들은 이미 지하에서 각종 TV 출연과 인터뷰를 통해 얻은 수익은 33명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기로 뜻을 모았다고 칠레 일간지 라테르세라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33명 광부의 구조를 앞두고 전 세계 언론들이 광부들의 가족들에게 접근해 수백만 페소의 대가를 제시하며 독점 인터뷰 기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끝에서 두 번째로 구조된 광부 아리엘 티코나의 가족은 칠레 안팎의 여러 방송국에서 독점 인터뷰를 요구하며 최대 1만5000달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아리엘 티코나는 33명 광부의 리더 중 한 명이면서 지하에 있는 동안 딸 에스페란사를 얻은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아리엘의 형 크리스티안 티코나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광부들이 누군가 방송에 나가면 33명 광부를 대표해 나간 것이므로 출연료를 모두 나누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남부 탈카와노 지역 출신으로 2월27일 칠레 남부를 강타한 대지진을 겪기도 한 기구한 사연의 광부 라울 부스토스도 언론의 관심 대상 중 하나. 이와 함께 지하에 있는 동안 여자친구에게 청혼한 광부 클라우디오 아쿠냐에게는 칠레의 TV 방송국이 결혼식을 독점 중계하게 할 경우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2010-10-14

'불륜 광부' 부인 대신 애인이 포옹

산호세 광산에 매몰된 와중에 불륜 사실이 드러났던 광부 호니 바리오스(50)는 결국 아내 품에 안기지 못했다. 구조현장에는 애인만 나와 그를 끌어안았다. 주위에선 그가 나올까 말까 고민할 정도로 갈등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광부중에 '가장 용감한 사람'은 바리오스였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이 보도했다. 그는 지상으로 올라올 때 아내와 애인 두 사람 모두 나와 맞아달라고 요구하는 편지를 올려보냈다. 바리오스는 당뇨병 어머니를 돌보며 얻은 의학지식들을 활용해 매몰 광부들의 의사 역할을 하며 유명해졌다. 그러나 고상하지 않은 일로 훨씬 더 유명하게 됐다. 구조현장에 아내와 애인이 함께 나왔다 주먹다짐을 벌여 주위 사람들이 뜯어말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 28년 전에 결혼한 부인 마르타 살리나스(58)는 "남편이 수년간 두집 살림을 해왔다"고 비난했다. 광산 사고 소식을 그녀에게 전해준 남편의 정부 수사나 발렌수엘라(50)였다. 부인 살리나스는 남편 구조장면을 TV로 지켜봤다."남편과의 관계는 끝나 이제 평온하다. 병원에도 찾아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마지막 이별의 말 한마디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역사적 사건이었지만 곧 다른 것에 덮이게 될 거예요. 벼락부자가 될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요. 어쨌든 나중에라도 내가 보고 싶으면 찾아와도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2010-10-14

[칠레 광부 기적의 생환] '75% 과학 + 25% 기적'이 만든 감동 드라마

33명의 광부들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75%의 과학과 25% 기적의 힘이었다. 지난 8월 지하광산에 갇혀 있는 광부들을 탐침봉을 이용해 찾아낸 지형학자 마카레나 발데스(30)가 구조작업이 마무리된 뒤 한 말이다. 성공적인 구조로 전 지구촌의 축하를 받고 있는 칠레 당국 조차 구조작업에는 많은 행운이 따랐다고 인정했다. 유선 지하 갱도에 들어가 있는 33명의 광부들이 정확히 어디에 갇혀 있는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생사도 알 수 없었다. 30세의 젊은 여성으로 구조대를 위해 광부들이 있는 지점을 찾아내야 할 발데스는 사고 이후 2주 넘게 애타는 마음으로 탐침봉을 넣을 지점을 정해야 했다. 그는 누군가가 이 탐침봉 밑에 메시지를 달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광부들이 있을만한 장소를 추정해 구조대에 전했고 매번 실패가 이어질 때마다 누구보다 마음 졸이며 다음 지점을 선정해 나갔다. 발데스는 지질학자들의 계산에서 나온 지점보다 늘 1도 가량 아래쪽 지점을 뚫도록 했는데 이는 탐침봉을 넣을 때 진동으로 인한 오차를 감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차이는 지하 수백미터로 내려가면 몇미터 차이로 벌어지게 되고 이는 광부들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발데스는 돌연 혹시 이런 좌표 수정 때문에 광부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구조 현장에서는 여성인 발데스가 주변에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많았다. 여성은 불운을 불러온다는 미신 때문. 약 30차례의 실패가 이어진 후 구조대는 기적적으로 광부들이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이후에는 첨단 과학의 힘으로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구조대는 우주선이나 잠수함에서 쓸 법한 특수장비들을 결합해 구조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하 피신처에 직경 5인치의 보급통로가 뚫리면서 각종 첨단 장비들도 지하로 공급됐다. 광부들의 건강을 위해 박테리아를 막아주는 특수 구리섬유로 만든 의복이 내려갔고 휴대전화에 연결하는 프로젝터도 내려보내 지하에서 영화도 보게 해주었다. 좁은 통로에서도 통신상태를 유지해주는 광섬유 케이블도 연결됐으며 광부들이 건강한 심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심리학자와 트레이너 등도 동원됐다. 갇혀 있는 광부들의 민감한 상태를 감안해 영양사들은 이들에게 공급되는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늘 고온에서 조리하도록 했다.

2010-10-14

[칠레 광부 모두 구조] 가족들 "생환 기도해준 한국·미주 한인들에게도 감사"

다리오 세고비아(48)는 20번째 구조된 광부다. 구조작업이 시작된다고 알려진 지난 8일부터 세고비아씨의 부인과 세 자녀는 물론 13명이나 되는 형제들이 모두 산호세 광산에 마련된 가족 캠프에 모였다. 친척에 친구까지 합치면 이들 가족수만 50여명이 넘는다. 이들은 세고비아가 캡슐로 불리는 양동이에 타기 2시간 전인 13일 오후 1시가 되자 광산 입구 도로 한켠에 설치된 대형 TV 앞에 모여 형이자 동생 삼촌이자 작은 아버지의 얼굴이 나오기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중에는 세고비아씨의 어머니 마르가리타 로사 비제(72)씨도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떨린다며 구조작업 현장에 가족 대표로 며느리 세고비아씨의 부인과 남편을 보냈다. 로사 비제씨는 드디어 아들 세고비아의 얼굴이 TV에 등장하자 "아직도 매몰되던 날 일을 가기 전 집을 나서면서 했던 '잘 지내시라'는 말이 생생하다"며 "내 아들을 생전에 다시 못 볼 줄 알았다"고 눈물을 흘렸다. 로사 비제씨는 아들이 갇혔다는 소식을 들은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죽 산호세 광산에 머물며 생존을 위해 기도해왔었다고 옆에 함께 있던 조카 세실리아 코르테스 세고비아(34)는 함께 눈물을 닦았다. 코르테스 세고비아씨는 "지난 두달 동안 가족들 모두 생활이 엉망이었다"며 "특히 광산에서 일하지 않는 여성들은 남자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 함께 있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했다" 말했다. 다른 형제 자매들도 박수를 치며 일제히 눈물을 흘렸다. 남동생인 루이스 세고비아씨는 "너무나 감격스럽다. 형과 다른 동료들의 구조를 위해 기도하고 애를 써준 주민들과 정부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산티아고시에서 왔다는 조카 캐티 카를라씨는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삼촌이 구조된 후의 삶이 더 평화로와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자신들의 남편 형 동생 아버지가 구출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현장에 마련된 가족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구조 작업에 힘을 보탠 사람들도 많았다. 아르날도 바가 살라사르(47)씨는 그의 사촌 동생이 11번째로 구조돼 병원으로 떠났지만 다른 일가친척 20여명과 함께 캠프에 남아 구조 작업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코피아포 샌호세 광산=장연화 특파원

2010-10-13

[칠레 광부 모두 구조] "한국 광업과 파트너 되고 싶다"

광부들의 생존이 확인된 이후 줄곧 현장에 머물며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해 북부 코피아포 지역 뿐만 아니라 칠레 전체에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른 로렌스 골보네 광업부 장관(사진)은 현장에서도 기자들의 인기를 가장 많이 받았다. 13일 현장에서 중앙일보 특파원과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를 가진 골보네 장관은 한국 광업의 미래와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의지도 밝히며 시종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골보네 장관은 구출 과정에 대해 "구조 과정에서 단 한번도 문제가 보고되거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오늘을 포함하면 70일동안 구조를 준비했다. 모든 광부들이 생환한 것은 칠레 모든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격해 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엔지니어들과 구조팀과 의료팀원들 모두가 정말 기쁜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했다"며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앞으로 이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칠레 전역에 진행되고 있는 광산들에 대한 안전 조사를 대대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는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구리의 40%를 책임지고 있을 만큼 광업이 발달돼 있다. 뿐만 아니라 상당량의 석유 천연 가스 석탄 철광석 등을 생산한다. 금.은.망간.아연.납.셀렌.석회암.천연질산염 및 수경성 석회 등도 채굴된다. 구조작업이 진행중인 코피아포의 경우 이웃 칼테리 지역과 함께 칠레의 광산사업을 대부분 책임지고 있으며 올리브 오일의 최대 생산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골보네 장관은 이번 사고로 인한 광업 사업의 후유증에 대해 "오히려 전 세계가 우리의 힘을 알게 됐다.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수출이나 광업 사업의 하락이나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천연 자원은 앞으로 전 세계가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 한국도 광업이 발전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줄어든 것 같다. 함께 광업 사업 파트너로서 성장하고 관계를 지속해나가길 광업 장관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광산 구조작업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면 전수할 수 있다는 입장도 충분히 갖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웃으며 덧붙이기도 했다. 코피아포 샌호세 광산=장연화 특파원

2010-10-13

[칠레 광부 모두 구조] 구조 현장 이모저모

기적적인 인간 생존 드라마가 펼쳐진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에서는 수많은 화젯거리가 쏟아졌다. 감동과 환희가 넘친 극적인 현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코피아포(칠레)=장연화 특파원> 생환자에 한국 여행 제안 ▶기적적으로 생환한 광부 33명이 한국을 방문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칠레 축구협회는 생환한 광부 33명에게 한국 여행을 제안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칠레 축구협회가 왜 한국 여행을 제안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그리스 광업회사가 지중해 관광을 제안하는 등 여러곳에서 여행 및 상품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우르수아 리더십 빛났다 ▶이번 구조 과정의 최대 공신은 마지막 생환자인 작업조장 루이스 우르수아(54). 갱도가 무너진 날부터 광부들은 그의 지휘하에 흔들림없이 단합을 유지. 특히 생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 17일 동안 광부들이 절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남은 식량을 적절히 나눠주며 규율을 유지한 그의 리더십 덕분이었는 평가. 행운의 숫자가 된 '33' ▶구조된 33명을 상징하는 숫자 '33'이 칠레에 새로운 행운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사고가 일어난 8월5일은 올해 33번째 주이며 구조 터널을 뚫은 T-130 굴착기가 광부들이 머무는 데 도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도 작업을 시작한 지 33일 만이다. 우연은 또 있다. 사고 17일 만에 이들의 생존 소식을 전한 광부들의 쪽지 속 메시지도 띄어쓰기를 포함하면 모두 33글자다. 영어 힘을 못쓰다 ▶이번 구조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내외신 기자는 1800여명에 달했다. 칠레 외무부 언론담당에 따르면 칠레에서 800명의 기자들이 파견됐으며 40여개 국가에서 1000여명의 외신 기자들이 몰려왔다. 취재 기자들도 대부분 스패니시 구사자들이라 영어권 기자들은 취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숙박업소 대박 추위와의 싸움 ▶칠레 정부가 구조작업 시작을 알린 지난 주말부터 몰려든 기자들로 코피아포 일대 호텔과 모텔의 방이 모두 동났다. 기자들 일부는 샌호세 광산 인근에 있는 천막집을 렌트했으나 이마저 자리가 모자라 숙소를 찾는 기자들로 일대 혼잡을 빚었다. 반면 CNN NPR CBS NBC 등 미국 주요 방송사들과 AP 등은 자체 천막에 밴 자가 발전기까지 가져와 다른 기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광산은 모든 종교의 집합지 ▶매몰된 후 이들의 생사를 기원하는 다양한 종교 활동이 진행돼 광산 전체가 종교적인 분위기에 감돌았다. 가톨릭 신부와 수녀부터 이름모를 수도원 수사들 기독교 단체에 지역 종교 기관까지 100여명이 넘는 종교인들이 몰려 있었다. 이 때문에 해당 종교자들이 구조될 때마다 곳곳에서 다른 종교 음악과 기도 소리가 들려 혼란스러울 정도. 구조비용 최소 2200만달러 ▶33명의 광부들을 구조하는데 든 비용이 최소 22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광부들의 생환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굴착기 T-130 사용료로 매일 1만8000달러 이상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2010-10-13

[칠레 광부 모두 구조] 피말리는 구출 현장, 캡슐 터널 무너질까 1초에 1m…1시간에 1명씩 올려

1600만 칠레인은 구조작업이 진행된 12 13일(현지시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 12일 오후 11시20분 구조 캡슐 '페닉스'는 광부들의 탈출을 도울 광산 구조 전문가 마누엘 곤살레스를 태운 채 하강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 16분 뒤 첫 함성이 터졌다. 캡슐이 매몰 광부들이 모여 있는 지하 피신처 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 TV로 중계됐기 때문이다. 광부들이 직접 촬영한 이 동영상은 지상 구조팀 컴퓨터 모니터를 거쳐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사고 광산 인근 코피아포 시내 광장에 모여 대형 스크린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칠레 국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곤살레스는 캡슐에서 내려 힘차게 광부들을 포옹했다. 지하 700m의 깊은 어둠 속에 고립돼 있던 광부들로서는 69일만에 처음 만나는 '외부인'이었다. 구조 장면을 중계하던 미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의 입에선 "정말 믿기 힘들다"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두 번째 함성은 13일 0시11분에 터졌다. 맨 처음 구조 캡슐에 오른 광부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캡슐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구조팀 대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치! 치! 치! 레! 레! 레!(칠레)" "칠레! 비바(만세) 칠레!" 등을 연호했다. 첫 구조 성공의 환희는 광산 밖에서도 물결쳤다. 외신들은 칠레 전역의 교회가 일제히 타종을 하고 거리의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렸다. 아발로스는 한밤중임에도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올라왔다. 오랜 기간 어둠 속에 머문 만큼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외엔 두 달 넘게 지하에 갇혀 있었던 사람이라고는 보기 힘들 만큼 건강해 보였다. 그는 울먹이는 둘째 아들 바이로(7)를 힘차게 포옹했다. 갱도 안에서 아발로스는 '넘버 2'였다. 함께 매몰된 동생 르넹(29)을 돌보는 한편 리더인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를 도와 광부들을 이끌었다. 구조팀이 내려보낸 카메라로 동료들의 모습을 찍어 보내 '카메라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구출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약 한 시간 뒤 땅 위에 도착한 두 번째 구출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40)는 아발로스보다 더 여유가 넘쳤다. 캡슐에서 내리자마자 갱도에서 노란색 백에 담아 가져온 돌덩이들을 주위 사람들과 피녜라 대통령에게 기념품으로 선물했다. 구조작업은 캡슐 터널의 안전과 광부들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 1초에 약 1m씩 1시간당 1명의 속도로 진행됐다. ◆칠레 광산 매물 광부 구조일지 ▲8월 5일 = 칠레 수도 산티아고 북쪽 800km 지점에 위치한 산호세 광산 붕괴, 광부 33명 매몰 ▲8월 12일 = 라우렌세 골본 칠레 광업부장관 "매몰 광부 살아있을 가능성 거의 없다"고 발표 ▲8월 22일 = 지하 700m 비상 피신처에 모여 있던 매몰광부들, 갱도까지 뚫고 들어온 구조대 드릴에 "피신처에 있는 33명 모두 괜찮다"며 쪽지 매달아 생존 사실 알림 ▲8월 23일 = 보급로 통해 매몰 광부들에게 식수, 음식 등 생필품 공급 ▲10월 9일 = 2차 구조터널 확장 완료 ▲10월 12일 = 구조작업 공식 착수 ▲10월 13일 = 오전 0시11분 플로렌시오 아발로스 첫 구조 ▲10월 13일 = 광부 33인 전원 구출 완료

2010-10-13

[칠레 광부 모두 구조] "TV 나와달라, 성금 주겠다"…33인 영웅 돈·인기 거머쥐다

10주 만에 사지에서 구출된 광부들은 매몰사고 전과는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불굴의 정신력과 끈끈한 동료애 연대정신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킨 33인의 '영웅'에게 곳곳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먼저 광부들은 병원에서 퇴원한 뒤 칠레 대통령궁을 방문할 예정이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구조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이들을 초청했다. 스페인.영국.그리스도 이들을 초대했다. TV 출연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물론 모든 여행 경비와 편의를 제공하는 조건이다. '돈방석'도 예약돼 있다. 사촌의 구조를 기다리며 캠프 에스페란사에 머물러 온 아르놀도 플라사(46)는 "첫 TV 인터뷰 대가로 2만 달러의 출연료를 제시한 언론사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매몰 당시의 경험을 책이나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도 쇄도하고 있다. 실화 저작권 온라인 중개업자인 스콧 맨빌은 책 저작권료가 1만 달러 선 TV 드라마 판권 등의 경우 5만~1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칠레의 탄광 재벌이자 자선 사업가인 레오나르도 파르카스는 이미 매몰 광부 1인당 1만 달러씩을 각자의 이름으로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광부들의 반년치 월급이 넘는 액수다. 광부와 가족들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도 모금 중이다. 스페인계 산탄데르은행은 지난 1일 "광부와 가족들을 돕기 위해 계설된 계좌에 벌써 34만919페소가 입금됐다"고 밝힌 바 있다. 거액의 소송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33명의 광부 중 27명은 매몰사고가 일어난 광산 주인인 산 에스테반 회사를 상대로 100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안전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이유다. 정부 감독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도 계획돼 있다.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자국 광부인 카를로스 마마니가 귀국하면 "집과 안정된 직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 국영 에너지회사 YPFB가 유력한 새 일자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광부들에게 닥칠 이 같은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하에서는 생존을 위해 하나로 단합했던 광부들이 일단 지상으로 올라온 뒤 '돈과 명예의 유혹' 앞에 서로 반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AP통신은 실제로 구조작업 개시를 앞두고 일부 광부 가족 사이에 또 가족과 가족 사이에 이미 이 같은 갈등이 노출됐다고 전했다.

2010-10-13

[칠레 광부 모두 구조] 남편 위해 다이어트 하고, 러브레터 쓰고

사고 직후 절망의 눈물로 가득했던 캠프는 17일 만인 8월 22일 광부들의 생존이 확인되면서 '희망 캠프'란 이름이 붙었다. 광부 중 최연장자인 마리오 고메스(63)의 아내 릴리아네트(51)는 "결혼한 뒤 30년 동안 쓰지 않았던 러브레터를 매일 썼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엔 매몰 광부 아리엘 티코나(29)의 딸이 태어났다. 그의 아내는 아이의 출생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캡슐 '비둘기'에 담아 내려 보냈고 광부들은 이 영상을 모두 함께 보며 축하했다. 티코나는 딸의 이름을 '에스페란사(희망)'라고 지었다. 매몰자 중 유일한 볼리비아인인 카를로스 마마니(23)의 아내 베로니카(20)는 18개월 된 딸과 함께 캠프를 지켰다. 베로니카는 "가난한 볼리비아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칠레로 건너와 광부가 된 지 5일 만에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구조를 하루 앞둔 11일에는 두 달여 동안 캠프를 떠나지 않았던 광부들의 아내와 여자친구들이 단장을 위해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매몰 광부 클라우디오 야네스의 아내 크리스티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편을 맞이하고 싶다"며 "2주간 다이어트를 했고 예쁜 옷을 사고 머리도 새로 했다"고 말했다.

201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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